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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의 원본과 모조품을 가려내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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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것은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쉽지 않다(출처=셔터스톡)

요즘은 유명 화가가 그린, 양질의 그림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림을 보면서도 진짜인지 모조품인지 알기도 쉽지 않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피카소 같은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을 구매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설령 유명 작품을 구입할 돈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인가? 미술에 대한 식견이 높고 디테일까지 날카롭게 볼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모조품을 식별해 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림의 진품 여부를 판단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그 그림의 소유권과 거래 내역을 추적하는 것이다. 그밖에 방사성 탄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법, 엑스레이, 분광학과 같은 이미지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며, 심지어 방사능 연대측정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까지 동원하더라도 진위 판별에 실패한 경우도 없지 않았다. 

모조품과 진품, 옛날에는 어떻게 구분했을까? 

아주 오랫동안 예술품의 모조품을 식별하는 제일 나은 방법은 그냥 눈으로 꼼꼼히 보는 것이었다. 처음 육안 검증 방식으로 예술품 감별을 시작한 것은 19세기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 지오바니 모렐리(Giovanni Morelli)였다. 그가 고안한 감별 방식은 추후에 모렐리안 분석 방식(Morellian analysis)으로 불리게 되었다. 

지오바니 모렐리는 육안으로 미술 작품의 세세한 디테일을 직접 확인했으며 원본과 대조해 차이점이 있는지 보았다. 유명 예술가들이 사람의 얼굴, 귀, 그리고 눈을 그릴 때 사용하는 패턴 등을 파악하고 이를 예술 작품의 진품 여부를 감정하는 하나의 감정 방식으로 정립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새로운 색층분석 기법이 도입되면서 육안을 통한 작품 감정 방식은 사라지게 되었다. 색층분석 기법은 화가의 그림 기법이나 그림 속 디테일 보다는 모사 화가가 어떤 재질이나 원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렸는가에 기반해 모조품을 판단했다. 즉 물감에 어떤 안료를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림을 그린 캔버스나 종이의 재질은 무엇인지 등이 분석의 중점이 되었다. 

AI 등장으로 훨씬 수월해진 모조품 판별 

러트거스대학 연구팀이 예술 모조품과 진짜를 구분해 낼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했다(출처=셔터스톡)

인공지능 기술의 도래는 모조품 판별을 훨씬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메드 엘가맬(Ahmed Elgammal) 박사가 이끄는 러트거스뉴저지주립대학 컴퓨터과학부 연구팀과 네덜란드의 회화복원작업소는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를 비롯한 유명 예술가들의 그림을 보고, 그 안에 담긴 8만여 개의 붓질 흔적을 파악해 진품을 식별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심층 순환 신경망(deep recurrent neural network)을 이용해 각 그림의 진품 여부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붓질 특성을 식별했다. 

‘인공 지능, 예술 모조품 판별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메드 엘가맬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화가마다 특유의 붓질 기법이 따로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의 작품을 식별할 수 있다는,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증명된 적 없었던 가설을 시험해 보는 것이었다. 또한 붓질 특성에 기반해 예술 작품의 진품 판별과 인증 과정을 보조할 수 있는 강력한 AI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AI 기술은 기존의 모조품 식별 기술을 훌륭하게 보완해 줄 것이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두칼레궁전에서 열린 전시회 겸 경매 행사는 전시된 작품 중 4만여 점가량이 모조품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단되었다(출처=셔터스톡)

심층 순환 신경망은 1960년대 이전, 모리츠 미첼 반 단치히(Maurits Michel van Dantzig)가 개발한 ‘픽톨로지(Pictology)’라는 방식에 기반하고 있다. 반 단치히는 예술가 특유의 붓질을 식별하려면, 몇 가지 특성을 살펴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몇 가지 특성을 보면 예술품 원본이 만들어질 때의 독특한 즉흥성을 느낄 수 있으며, 이는 원작을 흉내 내려고 조심스레 붓터치를 해야만 하는 모조품은 재현해 낼 수 없는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이 특성에는 붓터치의 모양, 톤, 시작 부분과 중간 부분, 끝부분의 길이 차이, 붓터치의 방향, 그리고 가해진 압력 등이 포함된다. 반 단치히가 말한 붓터치의 특성은 이 밖에도 매우 많고 다양하기 때문에, 육안만으로는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즉, 반 단치히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그림 속의 여러 가지 붓질을 보고 진짜 작품의 붓터치와 모조품의 붓터치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AI를 이용한 모조품 구분 기술의 실마리가 되었다. AI 기기에 반 단치히가 제시한 기준들을 정보로 입력하고, 심층 순환 신경망이 그림에 사용된 붓터치와 기타 특성 기준에 맞춰 그림을 분석한다. 

점점 더해가는 AI의 중요성 

2017년 7월, 모딜리아니 전시회는 예정된 종료일보다 3일이나 일찍 중단되었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두칼레궁전에서 열린 전시회의 기획자들이 전시회에 나온 작품 중 무려 3분의 1가량이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1930~1940년대에는 한스 반 미게렌(Hans van Meegeren)이라는 사람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그림을 가지고 전문가들을 된통 속인 적도 있었다. 반 미게렌은 실제 페르메이르의 그림이 매우 희귀하고 잘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악용했다. 예술품 수집가들은 반 미게렌이 보여주는 그림을 진짜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두 경우 모두 만약 AI 기술이 있었다면, 모조품이 방문객 또는 구매자를 속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AI는 무의식적 편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페르메이르의 경우처럼 원본 그림이 별로 없다는 이유로 모조품에 속아 넘어갈 일도 없다. 오늘날 우리는 AI 기술 덕분에 인간 전문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예술 작품의 모조품과 진품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출처 : AI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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