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예술 회화

화랑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캔버스 10호가 뭐예요?”

캔버스의 사전적 정의는 '튼튼함이 필요한 돛, 천막, 배낭 등을 만들거나 회화 표면에 유화를 그릴 때 쓰이는 평직물'이다. [사진 송민]

캔버스의 사전적 정의는 ‘튼튼함이 필요한 돛, 천막, 배낭 등을 만들거나 회화 표면에 유화를 그릴 때 쓰이는 평직물’이다. [사진 송민]
화랑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작품 크기에 대한 호칭이다. 캔버스(canvas) 10호, 100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해한다.

캔버스의 사전적 정의는 ‘튼튼함이 필요한 돛, 천막, 배낭 등을 만들거나 회화 표면에 유화를 그릴 때 쓰이는 평직물’이다. 캔버스는 나무틀에 규격을 맞춰 씌우면 1호, 10호 등의 크기가 정해진다. 캔버스의 어원은 13세기 고대 프랑스어 ‘canevaz’와, ‘삼베로 만든’을 뜻하는 속라틴어 ‘cannapaceus’에서 시작된다.

어떤 분이 신발도 캔버스라고 하는데, 미술품인 캔버스와 관계가 있냐고 질문했다. 같은 평직물로 만든 신발 역시 캔버스라 한다.

최초의 캔버스, 기원전 3000년경 삼베로 만들어 

Tiziano, Religion Helped by Spain, 캔버스에 유화, 1571

Tiziano, Religion Helped by Spain, 캔버스에 유화, 1571
그럼 최초의 캔버스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 기원전 3000년경부터 옷감으로 쓰인 마의 한 종류인 대마로 만든 삼베(hemp)가 최초의 캔버스이다. 마의 종류에는 아마, 대마, 황마, 저마 등 네 가지가 있다. 신석기 이전부터 인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배 식물 중 하나인 아마를 재배하고, 리넨(linen)을 만들었다.

성경의 수의인 아마포와 이집트 미라를 싼 천도 리넨이다. 리넨은 현재 화방과 작가들 사이에서 일본어인 ‘아사’로 부른다. ‘아마’나 ‘아마포’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리넨 캔버스를 미술재료로 바라보게 된 것은 15세기 서양에서부터다. 그 이유는 목재 판 위에 그리던 흐름에 변화가 생겼고, 캔버스는 유화 물감의 다채로운 발색과 질감이 잘 나타나서다.

캔버스 1호는 가로 22.7cm와 세로 15.8cm이며, 작품 설명으로 쓸 때는 22.7 x 15.8cm로 표기한다. ‘호’는 사전적으로 어떤 순서나 차례를 말한다.

우편 엽서는 A4를 제정한 '국제 종이 크기 표준 ISO 216'에 맞추어 A6크기인 14.8 X 10.5cm이다. [사진 송민]

우편 엽서는 A4를 제정한 ‘국제 종이 크기 표준 ISO 216’에 맞추어 A6크기인 14.8 X 10.5cm이다. [사진 송민]
어떤 관람객이 “캔버스 1호가 엽서 1장 크기인가요? 아니면 엽서 2장 크기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은 자주 받기 때문에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엽서의 사전적 정의는 ‘간편한 통신을 위해 만들어진 통신 방식으로, 봉투에 넣지 않고 부칠 수 있는 카드 형식의 우편’이다. 우편엽서는 많이 알려진 A4를 제정한 ‘국제 종이 크기 표준 ISO 216’에 맞추어 A6 크기인 14.8 X 10.5cm이다. 따라서 우편엽서 1장 크기는 캔버스 1호 크기와 차이가 크다. 한편, 우편엽서 2장을 더한 크기는 21 X 14.8cm로 캔버스 1호 크기에 가깝다.

그럼 이처럼 캔버스 1호를 작가들 사이에서 ‘엽서 1장’이라고 부르는 말이 생긴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러한 추측이 든다. 화랑에서는 작가를 알리는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한다. 우편엽서도 만들지만, 작가를 홍보할 내용이 많아, A4의 절반이 되는 A5인 21 X 14.8cm도 많이 만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흔히 화랑에서는 A5 크기도 엽서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장의 인쇄물을 의미하는 전단지(엽서) 한장이 캔버스 1호라 설명된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캔버스 1호는 A4 절반 크기 

국제 종이크기표준 ISO 216(A4등 A계열).

국제 종이크기표준 ISO 216(A4등 A계열).
결론은 캔버스 1호는 우편엽서 2장에 가깝고, 화랑에서 말하는 전단지(엽서) 1장인 A5에 가깝다고 정리할 수 있다. 또한 대중적으로 말하면 ‘캔버스 1호는 많이 알려진 A4 크기의 절반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것이 엽서 기준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합리적이라고 정리해본다.

한편 한국에서는 1호가 22.7 x 15.8cm이지만, 서양에서는 22 x 16cm다.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 이후 미터법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95%가 미터법을 사용한다. 이전의 전 세계는 미국 길이 단위인 인치(1인치는 2.54cm)를 썼다. 22.7cm는 캔버스 단위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미터법으로 환산돼 소수점 자리까지 남은 것이다. 반면 서양은 18세기 말 이후 어느 시점부터 미터법 기준을 따라 단순화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캔버스 규격에는 소수점이 없다.

미국에서 사용하는 캔버스 규격에는 소수점이 없다.
1호, 10호라고 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많은 분이 10호는 1호의 10배인지 궁금해한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1호의 2배가 2호가 아니며, 1호의 10배가 10호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호는 순서나 차례를 말한다. 1호부터 100호 크기 중에서 가장 많이 작품화하는 크기는 다음과 같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캔버스 규격표(size).

한국에서 사용하는 캔버스 규격표(size).
캔버스 규격표의 유래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옛날 작가들은 캔버스를 직접 만들었다. 그림이 상업화하면서 작가가 화방에 캔버스 크기를 주문하다 보니 소통하기 좋게 규격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는 캔버스 규격표는 일본에서 들어왔으리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0호는 본 적도, 만들어 본 적도 없다고 작가들은 입을 모은다.

캔버스 크기는 규격표 외에 만들면 안 된다는 원칙은 없지만 규격표 상의 크기를 가장 많이 쓴다. 아마 황금비율에 맞게 또는 인물·풍경·해경에 어울리는 크기에 대해 경험이 쌓이다 보니 많이 쓰는 크기로 정해진 것 같다.

작가 이름, 작품 이름, 작품 사이즈, 재료, 제작년도 등 정보가 담겨 있다. [사진 송민]

작가 이름, 작품 이름, 작품 사이즈, 재료, 제작년도 등 정보가 담겨 있다. [사진 송민]
작품의 가로와 세로 중 긴 길이를 기준으로 크기가 정해진다. 화랑과 작가 사이에선 규격표와 다르게 크기가 나오면 가로와 세로 중 긴 길이를 기준으로 ‘몇 호 변형’ 이런 식으로 부른다. 

1호부터 100호 크기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10호, 20호, 30호, 50호, 100호 순이다. 전 세계적으로 흔히 쓰이는 크기 단위는 cm이며, 큰 아트페어에서는 인치도 같이 써놓는 것을 보게 된다.

화랑에서는 종종 숫자 뒤에 F라고 적힌 캡션을 볼 수 있다.[사진 송민]

화랑에서는 종종 숫자 뒤에 F라고 적힌 캡션을 볼 수 있다.[사진 송민]
화랑에서는 작품설명에 10호 또는 10F, 가끔은 30M, 50P 등 여러 가지가 보인다. 인물을 그리는 크기인 F(figure), 풍경을 그리는 크기인 P(paysage), 바다 풍경을 그리기 좋은 크기인 M(marine) 등의 크기가 있다. S(square) 크기는 가로와 세로가 같은 크기를 말한다.

캔버스의 변형된 크기를 설명하기 위해 숫자 옆에 앞글자인 F, P, M, S를 적어 넣는다. 이 중에서 화랑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크기는 F다. 5개의 크기 표기 중 면적이 가장 넓은 F는 인물·풍경·해경 등을 구분 짓지 않고 가장 많은 작가가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따뜻한 봄이 왔다.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이 화랑에 가는 발걸음이 좀 더 가벼워졌으면 한다. 화랑에서 즐거운 감상하기를 바란다.

[출처: 중앙일보] 화랑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캔버스 10호가 뭐예요?”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